러브레터 참을수 없는 그리움
일본영화는 그리움을 테마로 한 것들이 참 많다.
대개 한 명은 불치병에 걸려 죽어버리고 남은 사람이 그 혹은 그녀를 회상하며
슬픔 섞인 행복한 그리움에 울고 웃는...
'러브레터' 역시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영화가 시작 된다.
이 영화의 큰 힘은 같은 외모의 두 캐릭터에서 시작한다.
한 배우가 두 캐릭터를 연기 했는데 불구하고 두 캐릭터에게 모두 몰입시킬 만한 감정처리를 했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가 영화 절반의 몫, 혹은 그 이상은 했다고 할 수도 있다.
영화 밖으로 나왔을 때, 사실 같은 인물인데 두 사람인 척 하는 게 약간 코미디긴 하지만,
극으로 들어갔을 때 그 몰입을 극대화하는 영화의 편집과 배우의 연기는 단언 최고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약 6-7년 전엔, 도대체 이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는가를 알 수가 없었다.
뭔가 감동적이라고 느꼈던 것만이 내 기억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이 영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이유는,
14년 만에 국내개봉 된 이 영화의 포스터가 극장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나서였다.
분명 사람들이 14년이 지나도 찾을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일까?
무엇이 날 감동케 했고,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찾는 걸까?
영화는 그리움에 대한, 그리고 기억에 대한 편집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히로코의 죽은 약혼자 이츠키에 대한 그리움에서 이츠키의 비밀스런 이야기와 그리움의 대상인 또 다른 이츠키.
이렇게 그리움은 서로를 향하지 않고 흘러가듯 이어진다. 마침내,
이츠키의 첫사랑인 동명의 이츠키와 너무도 닮은 외모의 히로코는
안타깝게도 그녀 자체로서 사랑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잊고 지냈던 죽은 이츠키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 동명의 이츠키는
죽은 이의 어릴 적을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히로코는 사랑의 메신저가 된 셈이다.
하지만 히로코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
, 히로코가 즉 동명의 이츠키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모만 닮았다고 해서 히로코가 이츠키가 될 수는 없겠지만,
죽은 이츠키의 사랑은 동명의 이츠키였으며 이츠키를 닮은 히로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죽은 이츠키의 그리움이, 동명의 이츠키에게는 추억을 주었고, 히로코에는 사랑을 주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 히로코는 모든 사실을 알고 이츠키(둘 다)를 미워하진 않았을까?
당연히 미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그저 추측만 해볼 뿐이다.
약간 또라이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두 이츠키와 히로코는
사실 모두 같은 인물이 아닐까라는 이상한 추측도 해보게 된다.
기억이란 게 어느 사람의 것이 정확한 것인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동명이란 것과 같은 외모라는 것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계속 닿을 듯 닿지 않는 히로코와 동명의 이츠키를 생각해보더라도
세 사람의 관계는 어딘가 운명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건 정말 나만의 생각이지만.
이츠키는 동명의 이츠키에게 닿지 않고, 히로코는 죽은 이츠키에게 닿지 않으며,
동명의 이츠키는 히로코에게 닿을 수가 없다.
복잡한 관계-_- 다만 감춰져 있던 '러브레터' 한 장이 닿을 뿐... (캬~)
영화가 그리움에서 시작해서 그리움으로 끝이 난다.
나 역시 이 영화를 혼자 생각해서 혼자 끝내버리니
도무지 이렇다 할 게 나오진 않는다. 닿을 수 없는 경지인건가!!! 흑.. 오겡끼데스까ㅠㅠ??
By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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